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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구름이 낮게 깔린 마을에서 사흘

해발이 높은 마을은 아침마다 구름 속에서 시작됩니다. 지도에 없는 골목과 젖은 담벼락, 사흘 동안 걸은 길을 오려 붙였어요.

2분이면 넘겨요오린 사람 하린

낮은 구름이 산허리를 감싼 마을 풍경
목차
  1. 첫째 날, 젖은 담벼락
  2. 둘째 날, 구름이 걷히는 시간
  3. 셋째 날, 사 온 것

버스는 마지막 정거장에서 나를 내려 주었고, 마을은 구름 속에 있었다. 해발 천이백 미터. 지도에는 골목이 두 개뿐이었지만 걸어 보니 열 개도 넘었다. 사흘 동안 걸은 길을 한 장씩 오려 붙인다.

첫째 날, 젖은 담벼락

도착한 날은 하루 종일 안개였다. 담벼락은 비가 온 것처럼 젖어 있었고, 처마마다 물방울이 일정한 간격으로 떨어졌다. 숙소 주인은 "여긴 구름이 지나가는 길이라 그래요" 하고 웃었다. 저녁에 수건을 널어 두었더니 다음 날 아침에도 마르지 않았다.

둘째 날, 구름이 걷히는 시간

  • 오전 아홉 시쯤 구름이 위로 올라간다
  • 열 시에는 산 능선이 보이고, 열한 시에는 마을 전체가 드러난다
  • 오후 두 시면 다시 구름이 내려온다
겹겹이 포개진 푸른 안개 낀 언덕
열한 시, 구름이 걷히는 순간만 마을이 제 얼굴을 보여 준다.

이 규칙을 알고 나서는 하루가 훨씬 편해졌다. 걷히는 시간에 맞춰 높은 곳에 오르고, 구름이 내려오면 찻집으로 들어갔다.

셋째 날, 사 온 것

기념품은 사지 않았다. 대신 구름이 걷힌 날 찍은 필름 한 롤과, 시장에서 산 작은 노트 한 권을 가져왔다. 노트에는 그날 들은 말이 적혀 있다. "구름 끼면 오늘은 쉬는 날이래요."

돌아오는 버스에서 창밖을 보니 구름이 마을 위로 다시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다. 다음에는 겨울에 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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