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스는 마지막 정거장에서 나를 내려 주었고, 마을은 구름 속에 있었다. 해발 천이백 미터. 지도에는 골목이 두 개뿐이었지만 걸어 보니 열 개도 넘었다. 사흘 동안 걸은 길을 한 장씩 오려 붙인다.
첫째 날, 젖은 담벼락
도착한 날은 하루 종일 안개였다. 담벼락은 비가 온 것처럼 젖어 있었고, 처마마다 물방울이 일정한 간격으로 떨어졌다. 숙소 주인은 "여긴 구름이 지나가는 길이라 그래요" 하고 웃었다. 저녁에 수건을 널어 두었더니 다음 날 아침에도 마르지 않았다.
둘째 날, 구름이 걷히는 시간
- 오전 아홉 시쯤 구름이 위로 올라간다
- 열 시에는 산 능선이 보이고, 열한 시에는 마을 전체가 드러난다
- 오후 두 시면 다시 구름이 내려온다

이 규칙을 알고 나서는 하루가 훨씬 편해졌다. 걷히는 시간에 맞춰 높은 곳에 오르고, 구름이 내려오면 찻집으로 들어갔다.
셋째 날, 사 온 것
기념품은 사지 않았다. 대신 구름이 걷힌 날 찍은 필름 한 롤과, 시장에서 산 작은 노트 한 권을 가져왔다. 노트에는 그날 들은 말이 적혀 있다. "구름 끼면 오늘은 쉬는 날이래요."
돌아오는 버스에서 창밖을 보니 구름이 마을 위로 다시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다. 다음에는 겨울에 와 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