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악 열차의 창가 자리는 예약이 일찍 끝납니다. 저는 운 좋게 취소 표를 구해 왼쪽 창가에 앉았어요. 숲이 가까워서 창문 바로 앞을 나뭇잎이 스치고 지나가는 열차였습니다.
출발 전에 챙긴 것
- 창이 열리지 않아서 겉옷은 얇은 것 하나로 충분했어요
- 필름 한 롤(서른여섯 장)과 작은 수첩
- 삶은 달걀 두 개, 보온병에 담은 차
창가에서 본 것
열차는 시속 이십 킬로미터 남짓으로 올라갑니다. 걸어서도 따라갈 수 있는 속도예요. 덕분에 나뭇잎의 결이 하나하나 보였습니다. 터널을 지날 때마다 창에 제 얼굴이 비쳤다가 사라졌어요.

옆자리의 할머니
중간 역에서 한 할머니가 옆자리에 앉으셨습니다. 말없이 귤 하나를 나눠 주셨어요. 껍질을 까서 창가에 올려 두었더니 향이 객실에 퍼졌습니다. 우리는 서로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내릴 때 할머니가 고개를 한 번 숙이셨어요.
종점에서
종점은 아무것도 없는 작은 역이었습니다. 승강장 끝까지 걸어가 열차가 돌아 나가는 걸 지켜보았어요. 필름은 스물두 장을 썼습니다. 나머지는 내려오는 길에 쓰려고 아껴 두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