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가 막 그친 새벽 네 시, 젖은 도로는 하늘보다 환했습니다. 지나가는 차가 한 대도 없었던 오 분 동안의 기록입니다. 길 위에 남은 것은 가로등 불빛과 내 그림자뿐이었어요.
젖은 아스팔트
비가 그친 직후의 도로는 거울이 됩니다. 신호등의 빨강이 길 위에 길게 늘어지고, 가로수의 그림자가 흔들리는 선이 됩니다. 평소에는 눈에 띄지 않던 노면의 균열이 반짝였습니다.
걸으면서 한 생각
- 소리가 없다. 내 발소리가 먼저 들린다
- 빛이 아래에서 올라온다
- 아무도 없는 도시는 의외로 크지 않다

셔터를 누른 순간
횡단보도 한가운데 서서 삼각대를 세웠습니다. 신호가 바뀌는 사이 이십 초 동안 아무도 오지 않았어요. 그 이십 초를 두 번 썼습니다. 한 번은 신호가 빨강일 때, 한 번은 초록일 때.
돌아오는 길
네 번째 가로등을 지날 때 첫 차가 지나갔습니다. 헤드라이트가 길을 훑고 가자 거울이 깨지듯 반사가 사라졌습니다. 새벽은 그렇게 끝났고, 저는 사진 두 장을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