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이 낮게 깔린 능선 위에 한 사람이 서 있었습니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가 바라보는 방향은 분명했어요.
능선에서
새벽 다섯 시, 안개 속 능선을 오르다 멈췄습니다. 앞쪽에 사람 하나가 서 있었어요. 배낭도, 지팡이도 없이 두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였습니다. 저는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삼각대를 폈습니다.
같은 방향을 보는 일
- 말을 건네지 않았다
- 그가 움직일 때까지 기다렸다
- 움직이지 않아서 나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가 떠난 뒤
사십 분쯤 지나 그는 아무 말 없이 능선을 내려갔습니다. 사진 속에는 사람이 점처럼 남았지만, 그 점이 바라보던 방향은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나요. 풍경 앞에 선 사람은 풍경보다 오래 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