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한 시 오십 분, 마지막 열차가 떠난 승강장은 낮보다 넓어 보였습니다. 형광등 소리만 남은 역에서 쓴 노트입니다.
막차가 떠난 뒤
열차의 후미등이 터널 안으로 사라지자 소리가 한꺼번에 빠져나갔습니다. 남은 건 형광등이 지직거리는 소리와 내 신발이 바닥을 스치는 소리. 안내 방송이 멈추고 나서야 역의 크기를 알았어요.
보이는 것들
- 아치 기둥이 일정한 간격으로 줄지어 선 천장
- 노란 안전선과 그 바깥의 짙은 어둠
- 벽에 붙은 마지막 열차 시간표

삼십 분
역무원이 한 번 지나가며 고개를 끄덕였을 뿐 아무도 말을 걸지 않았습니다. 막차 이후의 역은 기다리는 사람이 없는 대신 기다림이 남아 있는 곳이었어요. 저는 승강장 끝에서 삼십 분을 서 있다가 첫차 시간을 확인하고 돌아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