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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흰 안개 숲에서 길을 잃는 연습

삼십 미터 앞이 보이지 않는 숲에서는 걸음이 느려지고 소리가 커집니다. 일부러 길을 잃어 본 오전의 메모.

1분사진·글 서윤

흰 안개가 차오른 소나무 숲과 멀리 선 작은 사람
목차
  1. 들어가기 전
  2. 걸으면서 들린 것
  3. 길을 되찾은 방법
  4. 남은 한 장

삼십 미터 앞이 보이지 않는 숲에서는 걸음이 느려지고 소리가 커집니다. 일부러 길을 잃어 본 오전의 메모를 적어 둡니다.

들어가기 전

숲 입구에서 휴대전화 지도를 껐습니다. 길을 잃기 위한 것이었지만, 정확히는 길을 잃어도 돌아올 수 있을 만큼만 잃기 위한 연습이었어요. 안개는 흰 벽처럼 서 있었고, 발자국은 몇 걸음 뒤에 지워졌습니다.

걸으면서 들린 것

  • 내 발밑 솔잎이 눌리는 소리
  • 먼 곳의 새 소리, 방향은 알 수 없음
  • 가끔 들리는 바람, 소리만 있고 나무는 움직이지 않음
안개 속 벌판의 나무 아래 선 사람의 뒷모습
숲 가장자리의 벌판. 안개 속에서 사람은 늘 작은 점이 된다.

길을 되찾은 방법

한 시간쯤 걷다가 멈추고 뒤를 돌아봤습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요. 대신 발소리가 올 때 방향을 기억하는 법으로 길을 되찾았습니다. 숲은 소리로 길을 알려 주었습니다.

남은 한 장

가장 마음에 든 한 장에는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안개 속에서 작은 점처럼 서 있을 뿐이에요. 그 사진을 볼 때마다 길을 잃은 사람이 아니라 길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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