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십 미터 앞이 보이지 않는 숲에서는 걸음이 느려지고 소리가 커집니다. 일부러 길을 잃어 본 오전의 메모를 적어 둡니다.
들어가기 전
숲 입구에서 휴대전화 지도를 껐습니다. 길을 잃기 위한 것이었지만, 정확히는 길을 잃어도 돌아올 수 있을 만큼만 잃기 위한 연습이었어요. 안개는 흰 벽처럼 서 있었고, 발자국은 몇 걸음 뒤에 지워졌습니다.
걸으면서 들린 것
- 내 발밑 솔잎이 눌리는 소리
- 먼 곳의 새 소리, 방향은 알 수 없음
- 가끔 들리는 바람, 소리만 있고 나무는 움직이지 않음

길을 되찾은 방법
한 시간쯤 걷다가 멈추고 뒤를 돌아봤습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요. 대신 발소리가 올 때 방향을 기억하는 법으로 길을 되찾았습니다. 숲은 소리로 길을 알려 주었습니다.
남은 한 장
가장 마음에 든 한 장에는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안개 속에서 작은 점처럼 서 있을 뿐이에요. 그 사진을 볼 때마다 길을 잃은 사람이 아니라 길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