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른 안개 속에 서 있는 잎 없는 나무. 이 한 장을 위해 새벽 세 번 같은 언덕에 올랐습니다. 처음 올랐을 때는 안개가 너무 짙어 나무조차 보이지 않았습니다.
첫 번째 새벽, 보이지 않는 나무
언덕 정상에 서서 삼십 분을 기다렸지만 안개가 걷히지 않았습니다. 나무가 있다는 건 발밑 흙이 달라지는 것으로 알았어요. 그날은 한 장도 찍지 못했습니다.
두 번째 새벽, 너무 걷힌 안개
일주일 뒤에는 안개가 거의 없었습니다. 나무가 훤히 보였지만 그림이 되지 않았어요. 가지의 윤곽이 배경과 구분되지 않고 평범했습니다.

세 번째 새벽
세 번째에야 안개가 적당히 남았습니다. 푸른 새벽빛이 안개에 스며들어 나무 뒤 모든 것이 한 가지 색이 되었어요. 가지 끝의 가는 선까지 또렷하게 보였습니다.
덜어내는 구도
화면에는 나무와 안개와 푸른 공기만 남았습니다. 풀도, 울타리도, 먼 집도 지웠습니다. 사진은 더하는 일이 아니라 덜어내는 일이라는 말을 그날 실감했습니다.


안개 낀 새벽에 오를 때
언덕길은 이슬로 미끄럽습니다. 해 뜨기 전에는 손전등과 미끄럼 방지 신발이 필요합니다.
세 번 오른 새벽, 마지막 한 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