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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안개 속의 나무 한 그루

푸른 안개 속에 서 있는 잎 없는 나무. 이 한 장을 위해 새벽 세 번 같은 언덕에 올랐습니다.

1분사진·글 서윤

푸른 안개 속에 서 있는 잎 없는 나무
목차
  1. 첫 번째 새벽, 보이지 않는 나무
  2. 두 번째 새벽, 너무 걷힌 안개
  3. 세 번째 새벽
  4. 덜어내는 구도

푸른 안개 속에 서 있는 잎 없는 나무. 이 한 장을 위해 새벽 세 번 같은 언덕에 올랐습니다. 처음 올랐을 때는 안개가 너무 짙어 나무조차 보이지 않았습니다.

첫 번째 새벽, 보이지 않는 나무

언덕 정상에 서서 삼십 분을 기다렸지만 안개가 걷히지 않았습니다. 나무가 있다는 건 발밑 흙이 달라지는 것으로 알았어요. 그날은 한 장도 찍지 못했습니다.

두 번째 새벽, 너무 걷힌 안개

일주일 뒤에는 안개가 거의 없었습니다. 나무가 훤히 보였지만 그림이 되지 않았어요. 가지의 윤곽이 배경과 구분되지 않고 평범했습니다.

먹구름 아래 흑백으로 서 있는 외로운 나무의 실루엣
구름이 낮게 깔린 다른 날, 같은 나무를 흑백으로 다시 찍었다.

세 번째 새벽

세 번째에야 안개가 적당히 남았습니다. 푸른 새벽빛이 안개에 스며들어 나무 뒤 모든 것이 한 가지 색이 되었어요. 가지 끝의 가는 선까지 또렷하게 보였습니다.

덜어내는 구도

화면에는 나무와 안개와 푸른 공기만 남았습니다. 풀도, 울타리도, 먼 집도 지웠습니다. 사진은 더하는 일이 아니라 덜어내는 일이라는 말을 그날 실감했습니다.

안개 낀 새벽에 오를 때

언덕길은 이슬로 미끄럽습니다. 해 뜨기 전에는 손전등과 미끄럼 방지 신발이 필요합니다.

세 번 오른 새벽, 마지막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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