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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07 · 2026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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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느린 답장 예찬

읽음 표시가 뜬 뒤에도 답장을 미루는 사람을 게으르다고만 부를 수 있을까요. 늦게 오는 말의 좋은 점을 생각해 봤습니다.

읽는 데 2분글 오후

비 내리는 창밖의 흐릿한 도시
목차
  1. 빠른 답장이 놓치는 것
  2. 늦게 온 답장에서 받은 것
  3. 그렇다고 다 늦춰도 될까

메시지를 읽고도 답장을 미루는 사람을 게으르다고만 부를 수 있을까요. 저는 오랫동안 답장이 빠른 사람이 성의 있는 사람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생각이 조금 달라졌어요.

빠른 답장이 놓치는 것

받자마자 쓴 답장은 대개 반사적입니다. 질문의 첫 줄에 대답하고, 마지막 줄의 진짜 질문은 지나쳐요. 반나절 뒤에 다시 읽으면 보이지 않던 문장이 보입니다.

늦게 도착한 말에는 그 사이에 한 생각이 들어 있다.

늦게 온 답장에서 받은 것

작년 겨울, 오래 연락이 없던 친구에게서 사흘 만에 답이 왔습니다. 긴 글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제가 쓴 문장 중 하나를 그대로 인용하며 "이 부분이 계속 남아서 답이 늦었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그 한 줄이 열 통의 빠른 답장보다 오래 남았습니다.

창가에 앉아 책을 읽는 사람
답장을 쓰다 말고 창밖을 오래 보던 오후.

그렇다고 다 늦춰도 될까

약속 시간이나 급한 확인처럼 기다리는 쪽의 시간이 걸린 일은 바로 답해야 합니다. 제가 말하는 건 마음을 써야 하는 말에 대한 이야기예요.

  • 급한 일: 바로, 짧게
  • 마음이 오가는 일: 하루쯤 두고, 길게
  • 답이 어려운 일: 어렵다고 먼저 알리고, 천천히

요즘은 답장을 미룰 때 "생각해 보고 답할게요"라는 한 줄만 먼저 보냅니다. 늦는 이유를 알려 주는 것만으로도 기다리는 사람은 훨씬 편해지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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