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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07 · 2026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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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창가에서 보낸 오후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일정한 날에는 책이 이상하게 잘 읽힙니다. 비 오는 날 창가 자리에서 벌어지는 작은 의식들을 적어 봤어요.

읽는 데 1분글 오후

창가에 앉아 책을 읽는 사람
목차
  1. 자리부터 만들기
  2. 읽는 순서
  3. 비 오는 날의 규칙
  4. 비가 그치면
  5. 각주

비가 오면 약속을 하나쯤 미루고 창가에 앉습니다. 같은 책이어도 빗소리가 깔린 날에는 문장이 다르게 들어와요. 오늘은 그 오후에 반복하는 작은 의식들을 적어 둡니다.

자리부터 만들기

창 쪽으로 의자를 반 뼘 돌려 놓고, 무릎에 담요를 덮습니다. 불은 켜지 않고 스탠드만 둡니다. 형광등을 켜면 빗소리가 한 겹 멀어지는 기분[1]이 들어서요.

읽는 순서

  • 첫 한 시간: 이미 읽은 책에서 좋았던 부분 다시 읽기
  • 두 번째 시간: 아직 펴지 않은 책 첫 장만 읽어 보기
  • 마지막: 아무것도 읽지 않고 창만 보기

순서는 바꿔도 됩니다

그날 기분에 따라 앞뒤를 바꿔도 괜찮아요. 다만 마지막의 '아무것도 읽지 않기'만은 꼭 남겨 둡니다.

꽃과 함께 펼쳐 놓은 책
스탠드 옆에 꽃 한 송이를 두면 책장이 덜 쓸쓸하다.

비 오는 날의 규칙

휴대전화는 다른 방에. 알림이 울리는 순간 빗소리가 배경으로 밀려납니다. 대신 책 옆에 작은 노트를 두고, 떠오른 문장만 한 줄씩 적어요.

비가 그치면

비가 그치면 읽던 쪽에 책갈피를 꽂고 창을 조금 엽니다. 젖은 땅 냄새가 들어오면 오후가 끝났다는 신호예요.

젖은 땅 냄새가 들어오면 오후가 끝났다는 신호예요.

그때 적어 둔 문장 중 하나가 다음 글의 첫 줄이 되기도 합니다.

각주

  1. 소리가 실제로 작아지는 것은 아니고, 밝은 불빛이 주의를 바깥으로 돌리기 때문이라고 짐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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