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람을 네 시 반에 맞춰 두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습니다. 어려운 쪽은 이불 밖으로 나오는 첫 오 분이었어요. 그 오 분만 넘기면 길은 의외로 환하고, 입구의 가로등은 이미 꺼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어둠 속에서 걷는 사십 분
처음 두 주는 헤드랜턴 불빛만 보고 걸었습니다. 발밑 돌이 어디서 끝나는지만 신경 쓰다 보니 풍경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셋째 주에야 고개를 들었고, 능선 너머가 조금씩 푸르게 변하는 걸 보았습니다.
서두르면 오히려 놓친다는 건 그때 알았습니다. 해는 내가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뜨지 않습니다. 먼저 올라가 기다리는 사람에게만 첫 빛이 닿습니다.
기다리는 시간에 하는 일
- 보온병에 담아 온 차를 반 잔만 마시기
- 휴대전화는 가방 깊숙이 넣어 두기
- 바람이 어느 쪽에서 오는지 세 번 확인하기

내려오는 길
해가 뜬 뒤의 풍경은 오히려 평범했습니다. 정작 오래 남은 건 해가 뜨기 직전 십 분, 모두가 말없이 같은 방향을 보던 시간이에요. 석 달이 지나자 얼굴을 아는 사람이 대여섯이 되었고, 서로 이름은 몰라도 보온병을 나눠 마셨습니다.
다음 달에는 반대편 능선에 가 볼 생각입니다. 거기서는 해가 지는 걸 기다려 보려고요.


